신년이 되고 다들 본인들의 직무에 대한 회고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취준생이었기 때문에 직무적인 회고를 할 것은 마땅히 없고...
다사다난했던 '24년 취준생활 동안 느꼈던 개발자란 직무에 대한 가치관을 정리해 보며 '25년에 어떤 것들을 해볼지 계획이나 해보려고요.
하던 것들
1. 블로그 이전 공사
사실 개발 블로그로 티스토리가 아니라 벨로그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개발 블로그를 시작했던 이유도 수많은 에러를 고쳐 나간 과정을 기록하고 주변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기 위함이었어요.
그런데 작은 노력들이 쌓이니 예전에 썼던 티스토리 글 포함 200개 남짓의 글이 모였고, 이 글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도 들더랍니다.
벨로그는 SEO에 관한 내용이 얼마 없고 ( 실제로 트래픽도 많지는 않았어요 ) 트래픽에 기반한 광고 수익도 기대할 수 없었어요.
마크다운으로 글을 작성했을 때 티스토리보다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은 있지만, 저는 이제 어엿한 프로니까요!
마크다운을 써야 할 때 쓸 수 있게 됐으니, 메인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옮기려 합니다.
타임스탬프가 기록되지 않아 꾸준히 글을 썼다는 내용을 증명하기는 어렵게 됐지만... 더 이상 증명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는 않으려고요.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벨로그의 글이 134개 올라가 있으니, 형식과 사진들을 하나하나 옮겨야 해서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은 하지만 어느 순간 이것도 끝날 날이 올 거예요. 꾸준히 올릴 태니 지켜봐 주세요 :)
2. 자격증 공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저는 자격증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이에 대한 무수히 많은 변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어쨌든 공부는 귀찮고 더 재밌는 취업 준비 방법에 눈을 돌린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공부를 놓지 않고 해보려고 해요.
- 인프라
- CKAD 자격증이 하나 있어요. 회사에서 지원도 해주겠다, Linux Foundation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모두 도전해보려고 해요.
- 어학
- 영어가 정말 시원찮습니다. 4년간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로 발표하는 곳을 졸업했고, 해외대학 복수학위도 있지만 말하기는 정말 못해요. 꼭 해야 합니다.
- IT 분야
- 남들 다 있는 SQLD, 정처기, SW 검정 Pro... 저는 하나도 없어요. 할 줄 알지만 서류상에서 이를 증명하기란 자격증만 한 게 없어요. 분명 남들에게 증명하는 삶은 그만 살겠다 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할 건 해야죠.
3. 컨퍼런스 및 네트워킹
이 글을 작성하면서 컨퍼런스를 다니며 받았던 네임 택들을 보았어요. 생각보다 엄청 많더라고요?
ABB 해커톤, 대구 메타버스, SW Maestro 컨퍼런스, 워크샵, Junction 해커톤 참가자, Glitch Conference, ICP Conference 등등... 여기에 여러 회사들 면접 다니면서 받았던 패찰도 있어요.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컨퍼런스를 많이 다니는 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횟수나 어디에 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안 가느니 만 못하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기술에 대해서 같이 듣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기에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기술 트렌드도 몸소 느낄 수 있고 앞으로의 일 년을 준비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물론 지금까지는 소심해서 네트워킹을 활발하게 하고 다니진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한 마디씩이라도 건네어보려 합니다. ( 저는 이제 명함이 있는 어른이니까요! )
고민거리
1. 직무 전문성
면접 장소에서 지원자님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에 대한 질문에 항상 이렇게 답해왔어요.
도메인에 얽매이지 않고 기획에 맞추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이 저의 강점입니다.
맞아요 엄청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Express.js으로만 서버 개발을 해봤는데, SW Maestro 14기 활동을 하면서 Spring Boot, Kubernets, EKS, Terraform, BlockChain... 필요한 기술이라면 닥치고 공부해서 도입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어떤 점에 집중하고 어떻게 단단히 만들어야 하는지도 몸소 배웠었고요.
그런데요, 그러다 보니 남들에게 저를 소개할 때 어떤 개발자라고 자신 있게 대답을 못하겠어요.
저 스프링 개발자입니다. 라고 하기엔 스프링만 공부한 소마 동료에 비해 한참 못나요. 같이 대회 나갔던 친구의 친구는 라이브러리 없이 Java로 경량서버를 뚝딱 만들더라니까요?
저 풀스택 개발자입니다. 라고 하기엔 UX를 강점이라 내세우기 부끄럽고 웹 레이아웃이 짜여있는 상태에서 기능만 추가해 봤을 뿐이에요. ( 그래도 이건 남들보다 잘해요 )
저 인프라 개발자입니다. 라고 하기엔 저는 실제 트래픽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사람이에요. 트러블 슈팅이라 해봤자 내가 낸 에러 내가 고친 것 밖에 없거든요. ( 그래도 뚝딱뚝딱 만들긴 잘해요 )
저 블록체인 개발자입니다. 라고 하기엔 저는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만 해봤고, 코어 개발은 안 해본 사람이에요. 같이 대회도 나갔던 친구는 블록체인 코어를 보안 수준은 낮더라도 목업 수준으로 뚝딱뚝딱 만들더라니까요? ( 그래도 서비스 개발은 SR만 잘돼있으면 뚝딱뚝딱할 수 있어요 )
저 AX 개발자입니다. 라고 하기엔 프롬프팅 좀 해서 Gen AI 사용해 본 것, 그리고 인턴 프로젝트에서 API Search 인터페이스 개발한 것이 전부예요. LLM 파인튜닝이라든가, NLP라든가 인공지능 개발자라고 말하긴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2. 직무 방향성
개발자는 자신만의 킥! 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포트폴리오들을 만들어왔었어요.
코어 개발이 아닌 서비스였던 이유는, 아무래도 하고 싶었던 직무는 웹 개발이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스프링 부트와 노드 등 여러 기술을 메인으로 가져가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인턴 생활을 하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제 정체성을 바꿨어요. LLM API를 사용해 서비스를 몇 번 만들어보긴 했지만 실무 수준에서의 작업은 처음이었고, 가장 중요한 점은... 재밌었어요.
Gen AI.라는 것이 단순히 무언가 요약하고 과제를 도와주고 나 대신 무언가 귀찮은 일을 대신해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라 생각해 왔었어요. 문제를 만들어준다던가, PDF를 설명해 준다던가 식으로 어찌 보면 코파일럿 수준에 그치는 어시스턴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요, 채팅을 통해서 복잡한 데이터를 찾아서 보여주고, LLM Agent가 질의에 내용에 적절히 답변할 수 있는 서버 API를 선택도 해주고 활용처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고 DX에서 AX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내가 서있구나를 느꼈어요.
하지만 저는 머신러닝 개발자가 될 수 없어요. 미래는 모르는 거라, 절대라는 말은 못쓰겠지만, 당장 3년 동안은 절대가 맞아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AX 개발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할 것이고 특출 나지 않으면 수많은 백엔드 개발자들 사이에 파묻힐 것이에요. 스프링 부트 개발자들이 그랬듯,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그랬듯 말이에요.
고민 해결?
1. 직무 전문성
친구가 저를 보고 개발자라는 직무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을 해줬었어요.
하지만 저는 저를 백엔드 개발자 직무의 제너럴리스트라고 생각을 해요. 인프라, IoT, 블록체인, 웹 서버, LLM 등 학생의 신분에서 해볼 수 있는 도메인은 모두 해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그중에 남들을 모두 이길 정도로 스페셜하게 잘한다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친구는 기획, 영업 등 여러 사업군을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했을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그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고 싶기도 하고요.
이런 고민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학생 신분에서 스페셜해 봐야 천장은 존재하기 때문이죠. ( 사업으로 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에요 )
그래서 이 부분은, 실무를 진행해 보면서 차차 저의 정체성을 찾아가 보려고 해요. 저는 남들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실무 수준에서의 어려운 문제와 부딪혔을 때에도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생각해요. 그리고 그 경험들이 쌓여서 저의 기술이 될 것이고 해당 분야는 저의 스페셜리스트에 들어가게 될 거예요.
물론 그게 무엇일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스프링 개발을 메인으로 할지, LLM Langchain을 메인으로 할지, 인프라 관리를 메인으로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상적인 모습은 내가 만든 코드를 다른 누군가 사용함으로써 편의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프레임워크 개발자라고들 하던데, 구상은 변화를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추상으로 남겨둘게요.
2. 직무 방향성
저만의 킥이 블록체인이 될지, AI가 될지, 스프링이 될지, 인프라가 될지 지금도 잘 모르겠고 사실 앞으로도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당장 AI 사업이 일련의 이유로 사장되고, 블록체인의 규제가 너무 심해져 사업 가치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저는 개발자가 가장 예민하게 가져야 하는 것을 기술적 트렌드를 쫓는 것이라 생각해요. IT 기술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솔루션들이라 생각을 하는데, 이를 가장 주도적으로 하는 곳은 기업이고 그 기업이 필요한 기술은 인재 채용에서 드러난다 생각해요. 그래서 채용 공고들을 꾸준하게 스크립트해서 경향을 살펴볼 거예요.
물론 이걸 회사에서 하면 이직한다고 소문나고... 아주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대중교통에서, 아니면 화장실에서 공고를 읽으면서 쉽게 스크립트를 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하나 만들려고 해요. 이것도 하나의 서비스니까 문제 상황 정의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태지만, 반드시 해낼 거예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블록체인 쪽은 AI를 메인으로 가져간다 하더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분야예요. 그래서 가능만 하다면, 블로그에 있는 내용들과 지금까지 공식 문서를 통해 공부하고 만들었던 코드들을 가지고 강의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처음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을 했을 때 참조할만한 레퍼런스가 하나 없었고, 오직 공식문서뿐이었어요. 그래서 블록체인을 공부해 보고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학생들이 저와 같은 고생을 하지 않도록, 깊은 이론적 내용이 아닌 얕은 기술적 활용 부분을 공유해주고 싶어요.
AI도 모델 학습이 어려운 거지, LLM 사용은 쉽잖아요.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코어 개발은 매우 어렵고 힘들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서비스 개발은 할 줄만 알면 쉽거든요. 그래서 Web3 개발자들이 많아져서 이에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해야 할 일
1. 3년이란 골든타임
처음에는 남들 다 하니까, 중고 신입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시간낭비에 불과하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OT때 인사팀 그룹장님께서 3년간 모든 것을 배워봐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는 그 말씀에 매우 공감했어요.
저는 제너럴리스트로 남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특출 난 저만의 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블록체인을 선택했었지요. 하지만 이건 대학생 입장에서의 킥이었고, 실무진들이 바라봤을 때 저의 킥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3년이란 시간 동안 미친 듯이 배워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기록하고, 트렌드를 쫓아보고 공유하고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요.
그 과정은 매우 즐겁고 뿌듯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여러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많은 고난도 있겠지만 그 끝에 있는 것이 저를 어떤 것의 스페셜리스트로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해요.
2. 대학원을 가보자
대학원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취업을 하겠다 한 것은 저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어떠한 것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취업을 준비하게 됐어요.
3년 뒤에 저는 프로젝트 기한에 쫓겨 단순 반복만 하는 코더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 직무 가치관이 확립돼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어떤 모습이든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알고 있을 것이란 거예요.
보통 학벌을 바꾸기 위해 대학원을 많이 가고들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을 때 가고 싶어요. 시간적, 그리고 비용적 투자 가치를 생각해 봤을 때 학벌 택갈이용 대학원은 가치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3년이란 시간 동안 저의 직무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해요. 내가 공부하고 싶은 기술과 내가 부족한 기술이 무엇인지 명확히 구분하고 대학원이란 곳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정리해서 타게팅을 명확히 할 것이에요. 청소년기의 2년과 성인의 2년은 기다려주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일상은?
이제 프로가 됐으니 돈을 벌겠죠? 10년 넘게 엄마 카드를 썼으니 경제관념은 매우 유감스러울 거라 스스로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비용을 제 앞으로 돌리고 고정비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일 것 같아요. 아마 3달은 얼마큼 소비해야 얼마큼 남고 여유가 생기는지 알아보는 시간으로 보낼 것 같아요.
내 소비 패턴을 알고 재테크를 시작해야 피를 안 볼 것 같아서요. 이 것부터 시작해 보려고요. 제일 걱정되는 부분인데 옆에서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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